1.

crossin/사람

그녀는 열 여섯이다.
지금은 학기 중이다.
지금은 낮 열두시 사십 구분이다.
그녀는 지금 버스에 탄 채 서울로 가고 있다.
운동화를 벗고 양말만 신은 두 발을 의자에 올리고 앉아있다.
버스에 올라타는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째려본다.
너네는 뭐 하는 사람들인데 이 시간에 돌아다니는 거지.
그녀에겐 흔한 일이 아니다. 이 시간에 학교가 아닌 곳에 있는 건. 이 시간에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는 건.

버스에 올라타는 사람들은 다양했다.
책가방을 매고 올라타는 대학생,
직장인 같아 보이는 아저씨,

예쁘게 꾸민 할머니,
츄리닝을 입고 탄 백수같은 여자.
하는 일은 다양해보이지만 나이도 직업도 다르지만 삶의 얼굴은 같다.
금방 싫증이 난 그녀는 옆자리에 올려 둔 자신의 배낭을 베개삼아 눕는다.
그리고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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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23

street/흔적


141223 새벽에서 아침이 되는 시간, 하루 중 이 거리가 가장 깨끗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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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24

street/흔적


141124 한남대교 웰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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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crossin/하루

올 해는 유난히 힘든 해다. 반 년을 준비한 시험에서 떨어졌고, 몇 년을 함께 한 친구를 잃었다. 가족들과의 사이는 틀어질 대로 틀어졌으며, 건강도 말이 아니다. 여러 일들이 겹치면서 점점 무감해졌다. 힘들다는 말도, 속상하다는 말도 점점 목구멍 깊은 곳으로 밀려들어갔다. 점점 좋다는 표현 또한 하지 않게 되었다. 나의 감정에 대한 표현들은 모두 묻어둔 채로 그렇게 말 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신해철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고, 일어나겠지. 라고 생각하며 다시 내 일에 집중했다. 그러고 며칠 뒤 신해철이 죽었다는 뉴스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 주 주말에 친구한테 올 해가 너무 힘들다고 고백했다.

올 해는 너무 잔인하고 힘들다. 유난히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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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ssin/하루

자야 하는 시간에 자서 일어나야 하는 시간에 일어나는 걸 제대로 한 지가 몇 년 된 거 같다.
정상적으로 잠 들었다가 깨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걱정된다.
걱정이 돼서 잠이 안 오는 것 같다.
잠이 안 와서 걱정이다.
걱정 때문에 잠이 안 온다.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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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에서 분당까지 -2 : 잠실에서 분당까지

street/걷기

 

잠실 - 복정

 

 

복정- 서현

 

 

 

 

 

???????? 왜 찍었지???? 뭘 찍은 거지...

 

 

 

오뚜기 떼!

여기 주차장 하나가 다 오뚜기 밭이었다.

귀여워서 찍음. 근데 가도가도 오뚜기라 좀 무섭기도 했다.

 

 

 

잠실에서 양재천과 탄천으로 갈라지는 부분.

옆에 큰 산책로가 있었는데 괜히 이 길로 오고 싶어서 들어왔다.

 

 

 

아마 양재천

 

 

 

탄천 방향

 

 

 

탄천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트럭이 눈에 들어왔다.

트럭이 여기 왜 있징 왜 있는 걸까 트럭이 왜 산책로에 있는 거징!

 

 

 

산책로.. 이 때부터 사람이 거의 없어서 조금씩 겁이 났다.

사람이 너무 없어서...

누가 날 잡아다가 새우잡이 배에 팔아버린대도 아무도 모를 것 같은 길이었다.

 

 

 

사람은 없었지만 새는 있었다.

저기 살면 차들 때문에 시끄러울 것 같은데.

 

 

 

실뜨기 하고 싶어서.

 

 

 

여기서 두어 시간만 가면 도착하겠거니

 

 

 

그런데 걸어도 걸어도 익숙한 풍경이 눈에 안 들어온다고!!!

 

 

 

여기가 어디냐고!!!!!!

내 생각 대로면, 금방 가천대학교가 나와야 하는데!!! 흫흫 이 때부터 그만 둘까 심각하게 고민..

 

 

 

걸어도 걸어도 풍경이 변하질 않아 ㅠㅠㅠ

중간에 표지판을 보는데 양재대로라고 써 있어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양재라니.. 나는 성남, 아니 성남 근처라도 왔을 줄 알았는데 양재라니!!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뎅..

 

 

 

사람들이 많아졌당! 가로등도 생겼당! 그런데 송파였당!

올림픽 무슨 아파트.. 허허허 나에게 송파는 잠실 바로 옆이었기에 멘붕.

잠실에서부터 한 시간 반 정도 걸은 것 같은데 송파라니!

 

 

 

그리고 이 때부터 빠르게 어두워지기 시작

이제는 흔들려도 다시 찍기 없음

 

 

 

성남도 아니었엉

2.5키로 남았엉..

 

 

 

2키로 남았엉.. 멍청한 나는 저기서 말하는 성남이 바로 이매 즈음이겠거니 생각하고 집에 가서 뭘 먹지 고민함.

 

 

 

이 때 걸은 길 중에서 가장 밝았던 곳..

 

길은 끝이 보이질 않고

날은 어두워지고

산책로엔 가로등이 없고

자전거만 드문 드문 다니고

오른쪽엔 철책이 왼쪽엔 황량한 공터가

걸어도 걸어도 끝이 안 나고 혹시나 사람이 지나가면 반갑기보다는 무서운 마음이 먼저 들고

강변에서 올라가도 지하철도, 버스도 못 탈 것 같고

 

패닉에 패닉 멘붕에 멘붕을 더한 상태로 달리기 시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매우 오래 뛰다 걷다를 반복하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중년 부부를 만나 길을 물어 봄

아주머니는 나를 굉장히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셨당... 왜냐면 내가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보았기 때문이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밤길을 무작정 걷는 사람..은 내가 생각해도 좀 한심하긴 하다

 

무튼 복정과 태평의 중간이라는 말을 듣고 ㅋㅋㅋㅋ 태평역에서 지하철을 타야겠다 마음먹고 다시 또 뛰다가

태평역 부근에서 만난 또 다른 부부에게 안내를 받음 ㅋㅋㅋ

 

 

 

그렇게 태평역에 도착했는데 막상 지하철을 타려니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성남이면 이제 다 왔는데 여기서 그만 두기 아쉽다는 멍청한 마음에 정 힘들고 길 모르겠으면 그 때 타야겠다 생각.

여기는 아마 모란역 사거리 내려가는 길,,..? 아마도

 

 

 

시청 안녕.

 

 

 

야탑역! 흔들려도 다시 찍기 없음!

다리가 점점 풀리기 시작ㅋㅋㅋㅋㅋㅋ

 

 

 

성남 아트센터!

익숙한 길이 나와서 마음은 놓이는데, 차로는 몇 분 안 걸리던 거리가 걸어서 이렇게 오래 걸린다는 사실에 너무나너무나 놀람.

 

 

 

다리 아파서 .. 성남 아트센터 맞은편 버스 정류장에서 좀 쉬었다.

잘 아는 길이고 차도 많이 다니고 아파트 촌이라 무섭지는 않았는데, 다리 아픈게 문제.

힘을 내려고 노동요 개념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걸었는데 사람들이 자꾸 어디서 막 나와서 많이 민망했땅

 

 

 

서현 도착!

 

성남에서 집까지 두시간 넘게 걸린 듯.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성남과 우리집은 멀었다.

다리 아파서 천천히 걷고 중간중간 쉬고 .. 그래서 시간이 더 걸리기도 했겠지만은.

 

 

그리고 집 와서 족욕하고 잠.

 

뭔가 끝까지 해냈다는 점은 기쁘나, 굳이 이런 상황에서 '포기하면 안 돼!' 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친구가 조선시대 체험 했냐고..

근데 진짜 자동차란 엄청난 발명이었구나 새삼 깨달음.

산업혁명 이후에 사람들의 인식 체계가 변화했다는 말을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젠 좀 감이 온다.

걸어서 일곱 시간 걸리는 거리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한 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는 거니까 체감하는 세상이 훨신 넓어졌겠지?

또, 그만큼 걷는 속도와 교통수단의 속도가 차이 난다는 뜻이니까, 시각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풍경의 이동 속도..도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고.

 

그리고오.. 평소에 여자는 밤에 혼자 걸어다니면 안 돼~ 라는 말에 굉장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로 밤에 '혼자'. 혼자!!! 걸으니까 두려움이 마구마구 생기는 경험을. 사실 내가 느낀 두려움은 저 언설에서 내포하는 성범죄에 대한 두려움이라기 보다는 납치, 장기밀매(진짜로...)등에 대한 두려움이었지만.

나를 방어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거나, 아님 도구라도 들고 다닐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또 다시 이렇게 외진 곳을 혼자 걷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아 또 있다.

지나가는 나이 든 남성들의 시선이 굉장히 불편했다.

나이 든 여성, 젊은 여성, 젊은 남성의 경우 맞은 편 사람의 얼굴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쳐다보더라도 내가 눈을 맞추면 황급하게 돌리거나 눈 인사를 하거나 했는데...

나이 든 남성들은 눈을 피하지 않고 계속 쳐다본다. 그러다 불쾌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한참 뒤에 눈을 돌리기도 하고.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건지 궁금했다.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함.

 

무튼 재미있었다.

친구들한테 무용담처럼 이야기할 때는 뭔가 엄청난 것처럼 생각되었는데,

이렇게 사진을 정리하니 글 두 편짜리 그냥 그런 이야기.

그치만. 뭐.. 즐거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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