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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ldberg Variations - Glenn Gould

crossin/바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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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ssin/바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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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원님 일기

crossin/바깥

새벽세시까지 능룡이랑 작업을 하다 집으로 돌아와 우연히 티비에서 발견한 형의 이름. 작년 구월, 몰랐는데 돌아가시기 직전 라디오 스타에 출연하셨던 모양이다. 굳이 보진 않았지만 그때부터 내 가슴은 또다시 뭉클해지기 시작했다. 아, 신해철. 여전히 듣기만해도 짠한 이름. 해철이형을 떠올릴때마다 나는 반사적으로 이 시간이 내가 아닌 그에게 허락되었다면 얼마나 더 귀하고 소중하게 쓰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내게 주어진 이 시간들을 결코 헛되이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내가 흘려보내고 있는 이 시간들이 누군가에겐 얼마나 간절했을 것인지 생각하면, 언제 가버릴지 모르는 이 덧 없는 인생의 남은 시간들이, 그 유한성이 소름끼치도록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비슷한 생각을 종종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쓰레기처럼 살고 있다.

 

고등학생 때 석원님 일기를 보면서 이런 고약한 사람이 다 있네 하며 웃었다.

물론 그게 이석원이니까 밉지 않았고, 오히려 더 좋았지.

 

그런데 점점 내 성격이 이석원씨처럼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좋지 않아... 매우...

 

이석원은 이석원이니까 잘 살아가는 건데, 나는 아닌딩.

나는 성격도 고약하고 돈도 없고 직업도 없는 늙고 못생긴 여자로 고독사 하게 될 것 같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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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씨 일기

crossin/바깥

2015년 4월 25일

니가 그렇게 불평이 많고
타인과 세상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가진게 없어서 그래.
니 안목이 남달라서도 아니고
니가 잘나서도 아니야.
단지 가난해서 그래.
니 내면과 환경이. 경험이. 처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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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crossin/바깥

p. 355

 

그가 아는 것과 믿으려 했던 것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고칠 수 없다면 견뎌야 한다.

 

p.353

 

셔츠가 어쩐지 묵직했다. 그때 에니스는 잭의 셔츠 안에 셔츠가 하나 더 있음을 알았다. 잭의 소매 안에 조심스레 끼워져 있던 또 다른 소매는 에니스의 체크무늬 셔츠였다. 오래전에 빌어먹을 어느 세탁소에서 잃어버렸겠거니 생각했던, 주머니는 뜯겨 나가고 단추는 떨어진 더러운 셔츠. 잭의 셔츠와 그가 몰래 가져가 여기 그 셔츠 안에 숨겨둔 에니스의 셔츠가 두 겹의 피부처럼 한 쌍으로, 한 셔츠가 다른 셔츠 속에 안긴 채 둘이 하나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옷에 얼굴을 누르고 입과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연기와 산 깨꽃과 잭의 땀 냄새를 기대했으나, 잔존하는 냄새는 더 이상 없었다. 남은 것은 오로지 그 기억, 이제 손에 들고 있는 것 말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마음속의 브로크백 산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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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 of life

crossin/바깥

좋아하는 선배가 빌려줘서 읽었다.

 

사실 읽다가 차마 못 보겠어서 덮었다가, 그래도 읽어야 할 것 같아서 꾸역꾸역 읽었다.

 

네 권짜리 만화책을 읽는데 이 주나 걸렸다.

 

그 친구가 생각났다.

 

주인공은, 물론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는 불안한 삶이지만, 그래도 이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그 친구는 영원히 열 여덟을 넘길 수 없다.

 

이후의 삶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

 

나는 계속 나이를 먹어가고, 우리가 함께 했던 순간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만 가는데,

 

그 친구는 여전히 그 곳에서 그 시간 속에서 고등학생으로 존재한다.

 

생의 시계가 멈춰버린 사람들 중 이 친구를 생각할 때 가장 마음이 애린 것은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결국 지키지 못해서.

 

학원에서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와 그 때 그냥 스크류바 먹을 걸. 괜히 캔디바로 바꿨다. 였다.

 

그냥 걔가 사준 거 먹을 걸.

 

그리고 다음 날 바로 맛있는 거 사줄 걸.

 

나 기분 나쁘다고 쌩 모르는 척 하지 말 걸.

 

휴학하기 전에 인사라도 할 걸.

 

그럴 걸, 그렇게 할 걸, 그러지 말 걸.

 

 

열에 하나.

 

아마 나를 기억하지 않을지도 몰라. 나를 싹 다 잊어버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혹시나 나를 생각한다면, 좋았던 기억들만 떠올렸으면 좋겠다.

 

우리 함께 했던 순간이 열이라면 그 중에 서로 웃으며 마주했던 하나, 혹은 둘만 기억했으면 좋겠다.

 

내가 후회하는 것들, 미안한 것들, 혹은 네가 불편했던 것들은 내가 다 가질게.

 

남은 것들을 짊어지고 살아지는만큼 살아가는 것

 

힘들다고 내려놓지 않고 불편하다고 잊어버리지 않고 최대한 다 끌어모아서 온 몸에 꽁꽁 묶은 채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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