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

crossin/사람

그는 매일 자신의 방 베란다에서 담배를 핀다.

담배를 한 두 모금 빨고 나면 윗집 어린 여자애가 나와서 소리친다. '저기요' '저기요 담배피지 마세요'

그러면 반사적으로 담배를 바깥에 버리고 창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온다.

씩씩거리면서.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어린년이 건방지게.

 

그는 지방의 교수다.

평일은 지방에 내려가 지내다가 주말에만 서울에 올라온다.

 

주말 내 집에서 담배도 못 피나.

 

그는 계속해서 담배를 피운다. 여전히 베란다에서 담배를 핀다. 그 어린 년이 뭐라고 하지 않을 때는 어쩐지 서운한 마음도 들지만,

결국은 내가 이겼다는 마음에 담배는 더 달다.

 

그래 내가 계속 피겠다는데 지깟게 뭘 어쩔 거야.

 

집 밖에서도 피울 수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왠지 지는 것 같아서 싫다. 어린 년한테, 내가 그 어린 년 말을 들을 수는 없지. 나는 교수인 걸. 내가 매기는 알파벳 하나에 울고 짜는 멍청한 새끼들. 그런 것들한테 숙이고 들어갈 수는 없지.

아파트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일부러 집 밖에서 피운다.

12층의 젊은 남자도, 6층의 나이 많은 아저씨도. 심지어 일층에 사는 사람들이 신경 쓰이는지 먼 주차장까지 가서 피운다.

자기 권리도 못 챙기는 등신 새끼들. 얼마나 한심한지 모른다.

 

 

 

그의 폐 속 세포 하나가 터졌다. 그는 이제 느낄 수 있다. 폐 속에 피가 흐른다. 피가 고인다. 아물겠지. 생각한다.

 

이제 담배는 피우지 말아야지.

 

며칠 뒤 다시 또 세포 하나가 터졌다. 굳은 피 위로 다시 또 피가 흐른다. 그는 초조해진다. 같은 학교 의대 교수인 김에게 전화한다.

 

 

자기가 점차 죽어간다는 걸 느끼는 고통과 두려움.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는 것. 그 과정에서 전말을 아는 한 사람(?)

1. 세포가 하나하나 사멸하는 것, 암세포가 생기는 것.

2. 죽으라고 기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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