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극장

street/걷기

중앙극장이 사라졌다.

사 년을 매일같이 지나다녔는데도 그 큰 건물이 얇은 벽 너머에서 허물어지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보이A, 렛미인, 더 폴, 레인.

그 때 그 곳, 내가 있었음을 증거할 방법은 없다.

그는 예전 연인과 함께 스칼라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고 했다. 나는 처음 듣는 이름이라고, 어디에 있는 극장이냐 물었다.

그는 그 극장은 이제 없다고 했다. 왜냐고 물으니, 무너졌다고 했다.

극장이 무너졌다. 상상도 못 했던 대답이었다. 갑작스러운 그 대답 만큼이나 극장 역시 갑작스럽게 무너졌을 거라 생각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무너졌'을 것이라, 사라졌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검색을 해 보아도 스칼라 극장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찾을 수 없었고, 나는 이 새끼 또 거짓말 했구나 하며 한숨을 한 번 쉬고 말았다.

그런데 지금 중앙극장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나에게 보이A와 렛미인, 더 폴, 레인을 본 극장에 대해 묻는다면 나도 그처럼 그 곳은 무너졌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중앙극장은 무너졌고, 가려졌고, 사라졌다. 그 자리에 들어설 매끄러운 새 건물은 중앙극장을 지워버릴 것이다.

서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영화를 보러 간다며 들떠 있던 고등학생과, 패배감으로부터 잠시나마 떨어져 단 숨을 쉴 수 있었던 재수생은 머물 곳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