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에서 분당까지 -2 : 잠실에서 분당까지

street/걷기

 

잠실 - 복정

 

 

복정- 서현

 

 

 

 

 

???????? 왜 찍었지???? 뭘 찍은 거지...

 

 

 

오뚜기 떼!

여기 주차장 하나가 다 오뚜기 밭이었다.

귀여워서 찍음. 근데 가도가도 오뚜기라 좀 무섭기도 했다.

 

 

 

잠실에서 양재천과 탄천으로 갈라지는 부분.

옆에 큰 산책로가 있었는데 괜히 이 길로 오고 싶어서 들어왔다.

 

 

 

아마 양재천

 

 

 

탄천 방향

 

 

 

탄천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트럭이 눈에 들어왔다.

트럭이 여기 왜 있징 왜 있는 걸까 트럭이 왜 산책로에 있는 거징!

 

 

 

산책로.. 이 때부터 사람이 거의 없어서 조금씩 겁이 났다.

사람이 너무 없어서...

누가 날 잡아다가 새우잡이 배에 팔아버린대도 아무도 모를 것 같은 길이었다.

 

 

 

사람은 없었지만 새는 있었다.

저기 살면 차들 때문에 시끄러울 것 같은데.

 

 

 

실뜨기 하고 싶어서.

 

 

 

여기서 두어 시간만 가면 도착하겠거니

 

 

 

그런데 걸어도 걸어도 익숙한 풍경이 눈에 안 들어온다고!!!

 

 

 

여기가 어디냐고!!!!!!

내 생각 대로면, 금방 가천대학교가 나와야 하는데!!! 흫흫 이 때부터 그만 둘까 심각하게 고민..

 

 

 

걸어도 걸어도 풍경이 변하질 않아 ㅠㅠㅠ

중간에 표지판을 보는데 양재대로라고 써 있어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양재라니.. 나는 성남, 아니 성남 근처라도 왔을 줄 알았는데 양재라니!!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뎅..

 

 

 

사람들이 많아졌당! 가로등도 생겼당! 그런데 송파였당!

올림픽 무슨 아파트.. 허허허 나에게 송파는 잠실 바로 옆이었기에 멘붕.

잠실에서부터 한 시간 반 정도 걸은 것 같은데 송파라니!

 

 

 

그리고 이 때부터 빠르게 어두워지기 시작

이제는 흔들려도 다시 찍기 없음

 

 

 

성남도 아니었엉

2.5키로 남았엉..

 

 

 

2키로 남았엉.. 멍청한 나는 저기서 말하는 성남이 바로 이매 즈음이겠거니 생각하고 집에 가서 뭘 먹지 고민함.

 

 

 

이 때 걸은 길 중에서 가장 밝았던 곳..

 

길은 끝이 보이질 않고

날은 어두워지고

산책로엔 가로등이 없고

자전거만 드문 드문 다니고

오른쪽엔 철책이 왼쪽엔 황량한 공터가

걸어도 걸어도 끝이 안 나고 혹시나 사람이 지나가면 반갑기보다는 무서운 마음이 먼저 들고

강변에서 올라가도 지하철도, 버스도 못 탈 것 같고

 

패닉에 패닉 멘붕에 멘붕을 더한 상태로 달리기 시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매우 오래 뛰다 걷다를 반복하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중년 부부를 만나 길을 물어 봄

아주머니는 나를 굉장히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셨당... 왜냐면 내가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보았기 때문이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밤길을 무작정 걷는 사람..은 내가 생각해도 좀 한심하긴 하다

 

무튼 복정과 태평의 중간이라는 말을 듣고 ㅋㅋㅋㅋ 태평역에서 지하철을 타야겠다 마음먹고 다시 또 뛰다가

태평역 부근에서 만난 또 다른 부부에게 안내를 받음 ㅋㅋㅋ

 

 

 

그렇게 태평역에 도착했는데 막상 지하철을 타려니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성남이면 이제 다 왔는데 여기서 그만 두기 아쉽다는 멍청한 마음에 정 힘들고 길 모르겠으면 그 때 타야겠다 생각.

여기는 아마 모란역 사거리 내려가는 길,,..? 아마도

 

 

 

시청 안녕.

 

 

 

야탑역! 흔들려도 다시 찍기 없음!

다리가 점점 풀리기 시작ㅋㅋㅋㅋㅋㅋ

 

 

 

성남 아트센터!

익숙한 길이 나와서 마음은 놓이는데, 차로는 몇 분 안 걸리던 거리가 걸어서 이렇게 오래 걸린다는 사실에 너무나너무나 놀람.

 

 

 

다리 아파서 .. 성남 아트센터 맞은편 버스 정류장에서 좀 쉬었다.

잘 아는 길이고 차도 많이 다니고 아파트 촌이라 무섭지는 않았는데, 다리 아픈게 문제.

힘을 내려고 노동요 개념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걸었는데 사람들이 자꾸 어디서 막 나와서 많이 민망했땅

 

 

 

서현 도착!

 

성남에서 집까지 두시간 넘게 걸린 듯.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성남과 우리집은 멀었다.

다리 아파서 천천히 걷고 중간중간 쉬고 .. 그래서 시간이 더 걸리기도 했겠지만은.

 

 

그리고 집 와서 족욕하고 잠.

 

뭔가 끝까지 해냈다는 점은 기쁘나, 굳이 이런 상황에서 '포기하면 안 돼!' 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친구가 조선시대 체험 했냐고..

근데 진짜 자동차란 엄청난 발명이었구나 새삼 깨달음.

산업혁명 이후에 사람들의 인식 체계가 변화했다는 말을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젠 좀 감이 온다.

걸어서 일곱 시간 걸리는 거리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한 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는 거니까 체감하는 세상이 훨신 넓어졌겠지?

또, 그만큼 걷는 속도와 교통수단의 속도가 차이 난다는 뜻이니까, 시각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풍경의 이동 속도..도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고.

 

그리고오.. 평소에 여자는 밤에 혼자 걸어다니면 안 돼~ 라는 말에 굉장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로 밤에 '혼자'. 혼자!!! 걸으니까 두려움이 마구마구 생기는 경험을. 사실 내가 느낀 두려움은 저 언설에서 내포하는 성범죄에 대한 두려움이라기 보다는 납치, 장기밀매(진짜로...)등에 대한 두려움이었지만.

나를 방어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거나, 아님 도구라도 들고 다닐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또 다시 이렇게 외진 곳을 혼자 걷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아 또 있다.

지나가는 나이 든 남성들의 시선이 굉장히 불편했다.

나이 든 여성, 젊은 여성, 젊은 남성의 경우 맞은 편 사람의 얼굴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쳐다보더라도 내가 눈을 맞추면 황급하게 돌리거나 눈 인사를 하거나 했는데...

나이 든 남성들은 눈을 피하지 않고 계속 쳐다본다. 그러다 불쾌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한참 뒤에 눈을 돌리기도 하고.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건지 궁금했다.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함.

 

무튼 재미있었다.

친구들한테 무용담처럼 이야기할 때는 뭔가 엄청난 것처럼 생각되었는데,

이렇게 사진을 정리하니 글 두 편짜리 그냥 그런 이야기.

그치만. 뭐.. 즐거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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