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정말 이상한 공간이다.
온전히 나의 공간이라 생각하는 내 방에 누워 어느 집에서 나는지 알 수 없는 소음들을 듣는다.
단순히 건물이 허술하게 지어졌다 탓하기엔, 사람들은 너무 많은 소음을 내고 너무 많은 움직임을 만든다.
발소리,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 담배연기, 노래 소리, 벽치는 소리, 동시에 울리는 벽.
엘리베이터 소리, 새 소리,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소리,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자동차의 소리, 옆집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
결국은 다 똑같다.
단독 주택에서 살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많은 것들, 방역, 치안, 건물 관리 등등의 문제를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아파트로 들어오면, 공간을 공유하는 다른 사람들과의 불/유쾌한 만남을 감수해야 한다.
혼자 살기 위해 져야 하는 많은 짐들을 나누기 위해 공동체를 찾아가면, 그 안에서 일어나는 부대낌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속에서 누군가는 일방적으로 피해를 주고, 누군가는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 같지만, 결국 돌고 돌다보면 우리 모두가 공동체 안에서 상처받으면서도 공동체가 주는 여러 이점들을 위해 참고 사는 것이다.
거절당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누군가에게 거절당하는 것은 정말 지긋지긋하고 끔찍하다.
라고 처음 합격을 확인한 순간 생각했다.
열심히 해서 좋은 전문인이 되어야지! 라던가, 하느님 감사합니다 착하게 살게요! 라던가,
아 내가 열심히 한 보람이 있구나와 같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아 떨어지지 않아서 다행이야.. 라는 생각이 나를 축축하게 만들었다.
전날 사랑하는 친구와 함께 인사이드 아웃을 보았다.
이미 대부분의 극장에서 상영을 마감했는데, 우연히도 학교 안 작은 극장에서 상영을 하고 있었다.
생각만큼 환상적으로 좋은 영화는 아니었지만, 재미있었다.
이 영화를 특별히 특별하게 생각할 어떤 사람들을 상상해보았다.
앞으로의 나의 인생이 어떻게 전개될 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다.
합격을 확인하고 마음을 쓸어내렸던 그 기억이, 미래의 나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궁금하다.
어쨌든 다행이다.
잠을 잘 못 자고 있다.
선고를 기다리는 마음이랄까.
날짜를 받아놓고 하루 하루 지워가는 것은 생각보다 사람을 힘들게 하는 일이구나.
이제 며칠 남지 않았는데, 그 동안 내가 잘 보낼 수 있을까.
지금부터 내가 보내는 날들이, 앞으로 알게 될 사실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
다만
지금부터 저지른 악덕은
죽을 때까지 기억난다
진은영 - 서른살
자꾸 초조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빨리 빛나는 열매를 손에 쥐고 찾아가
제가 드디어 이런 것을 갖게 되었어요.
한 순간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어요.
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 사람이 이제 곧 나를 잊을 텐데. 날 잊기 전에, 그 전에 그에게 찾아가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