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원님 일기

crossin/바깥

새벽세시까지 능룡이랑 작업을 하다 집으로 돌아와 우연히 티비에서 발견한 형의 이름. 작년 구월, 몰랐는데 돌아가시기 직전 라디오 스타에 출연하셨던 모양이다. 굳이 보진 않았지만 그때부터 내 가슴은 또다시 뭉클해지기 시작했다. 아, 신해철. 여전히 듣기만해도 짠한 이름. 해철이형을 떠올릴때마다 나는 반사적으로 이 시간이 내가 아닌 그에게 허락되었다면 얼마나 더 귀하고 소중하게 쓰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내게 주어진 이 시간들을 결코 헛되이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내가 흘려보내고 있는 이 시간들이 누군가에겐 얼마나 간절했을 것인지 생각하면, 언제 가버릴지 모르는 이 덧 없는 인생의 남은 시간들이, 그 유한성이 소름끼치도록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비슷한 생각을 종종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쓰레기처럼 살고 있다.

 

고등학생 때 석원님 일기를 보면서 이런 고약한 사람이 다 있네 하며 웃었다.

물론 그게 이석원이니까 밉지 않았고, 오히려 더 좋았지.

 

그런데 점점 내 성격이 이석원씨처럼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좋지 않아... 매우...

 

이석원은 이석원이니까 잘 살아가는 건데, 나는 아닌딩.

나는 성격도 고약하고 돈도 없고 직업도 없는 늙고 못생긴 여자로 고독사 하게 될 것 같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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