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전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나를 보면서 다시 또 착잡해졌다.
긴 글을 쓰고 싶었는데
사실은 이런 글을 쓰려던 게 아닌데, 내가 왜 글쓰기 버튼을 누른 건지 기억이 나질 않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습관적으로 눌렀을지도 모른다. 내 행위의 80프로는 이유 없이, 사유 없이 습관적인 행동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추운 밤이다.
혹독한 가을을 지나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피임약은 호르몬을 조절해서 기분을 엿같이 만들어놓았고,
술도 담배도 안 된다.
매일 밤마다 나는 울고, 이 노래의 가수는 울지 말라고 하고.
책의 저자들은 알 수 없는 이야기들만 하고.
선생님은 한숨을 쉬고.
친구의 눈은 반짝이고, 내 눈은 사진을 찍을 때만 반짝인다.
엄마의 생신에 나는 내년을 생각하고
이제 다시는 이런 시간이 없을 거라 위로한다.
발이 시리고, 손도 시리고.
허벅지랑 팔뚝이 떨린다.
전기장판은 켜져 있고, 누으면 잠이 들 준비가 되어 있는데
매달리고 싶다.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날 좀 받아달라고 눈물 콧물 다 짜면서 매달리고 싶다.
나도 역시, 이번에도 역시 구원을 바랐다.
그가 날 구원해줄 거라고 믿었어.
앞에서는 코웃음 쳤지만.
내가 좀 더 똑똑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좀 더 여유있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그의 빛을 닮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계속 맴돌다 보면 그 빛이 조금은 옮겨 올 거라고 생각했어.
좀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하면 할수록 아 이 간극이 너무나 크다는 것만 느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세상을 보는지 알고 싶었는데
더 멀고 깜깜해졌어.
난 실패했어.